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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나'는 무엇일까? 치매에 걸려도 여전히 '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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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무엇일까?

 

제가 한 사고 실험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A와 B라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어느날 밤, 우연한 사고로 인해

A와 B가 자는 사이에 둘의 기억이 바뀌었습니다.

시크릿 가든처럼 번개를 맞았다고 칩시다;;

자고 일어나서 A는 생각하겠죠. "뭐야! 내 몸이 B 몸으로 바뀌었잖아!"

자고 일어나서 B는 생각하겠죠. "뭐야! 내 몸이 A 몸으로 바뀌었잖아!"

 그리고 다음날 A와 B의 기억이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A는 생각하겠죠. "어제 내가 B의 몸으로 바뀌었다가 내 몸으로 돌아왔어."

다음날 B는 생각하겠죠. "어제 내가 A의 몸으로 바뀌었다가 내 몸으로 돌아왔어."

A와 B는 하루동안 둘의 몸이 바뀌었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기억'이 바뀐것이죠.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해보겠습니다.

 

기억이 바뀐 시점에서,

A의 몸을 가지고, B의 기억을 가진 사람은 A일까요, B일까요?

B의 몸을 가지고, A의 기억을 가진 사람은 B일까요, A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A의 몸을 가지고, B의 기억을 가진 사람은 B입니다.

B의 몸을 가지고, A의 기억을 가진 사람은 A입니다."

 

그렇다면 '나'=기억 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또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A의 몸을 가지고, B의 기억을 가진 사람은,

A의 몸을 가지고, A의 기억을 가진 사람과

똑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행동할 것입니다.

 

"왜죠?"

 

'판단'이 다르니까요.

 

예를 들어 봅시다.

 

갤력시 S20과 갤럭시 S2에 같은 최신 게임 프로그램을 깔았습니다.

둘의 저장된 메모리(=기억)는 같습니다.

 

하지만

S20이 게임을 잘 구동하는 반면, S2는 게임을 잘 구동해 내지 못합니다.

CPU(=두뇌구조, 판단력)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같은 기억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몸이 달라지면 각자의 두뇌구조와 판단이 다르기 때문에

행동에 차이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의 내리고 싶습니다.

'기억과 판단의 주체가 일치하는 것'이 '나' 라고요.

 

"그러면 아까 질문의 답은 뭐라고 하실건가요?"

 

"A의 몸을 가지고, B의 기억을 가진 사람은 불완전한 B입니다.

B의 몸을 가지고, A의 기억을 가진 사람은 불완전한 A입니다."

 

마찬가지로 기억과 판단에 장애가 생기신 치매 환자분들 또한

불완전한 자기정체성을 지니고 계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슬픈얘기지만

아무래도 기억의 연속이 끊어지신 분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기억하던 과거의 그분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죠.

 

만약 제가 나중에 치매에 걸려 어린아이처럼 굴고 가족을 기억 못한다면

그것은 불완전한 '나' 일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나'는 맞습니다.

'나'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일부를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쓸데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다른 생각 가지고 계신 분이 있다면 댓글로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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